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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tle Mail 기타단상

회사에서 밤을 새다가 웹서핑 도중에 이런 걸 발견했는데.


무작위 익명을 대상으로 물병메일을 떠내려보낼 수 있고, 수신자도 랜덤으로 받게 되는 프로그램........

 

...와우.
이거 기억하시는 분? ↓




그리워라그리워라. 미칠 듯이 향수를 자극하네요.
이 Bottle Mail은 서비스를 접은 지 오래되었죠. 
써본 것도 10년은 넘은 것 같네요.
제가 인터넷을 처음 접한 건 www가 활성화되기 전이어서 telnet, gopher, mailinglist, ftp의 개념이며 커맨드를 열심히 암기해가며 텍스트의 세계만를 돌아다녔는데. 컴사양이 고급화 되면서 www가 득세하고...다음은 생략.
아무튼 홈페이지에 올리는 이미지 사이즈는 50k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매너이자 의무였던 고려짝 이야깁니다. 아련하네요.
당시는 게임방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라 국내의 인터넷 환경은 좋지 않았고,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업계인이나 공대생들 정도. 따라서 자연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놀게 되고, 영어사용이 기본이었죠.
이 프로그램도 딱 그 시기에 유행했던 건데...
만국공통의 언어를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는지 (텍스트 모드는 있긴 했지만) 기본이 그림툴이었죠.
오른쪽 구석의 보물상자를 열면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이 들어 있었습니다. 정말 뻘그림들을 슥슥 그려서 띄워보내곤 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뻘그림을 그려보내는 사람도 있었죠.
메일이 도착해서 열어봤더니만 정말로 '아라레도 반할 만큼 완벽하게 그려진 똥'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o<-< 낙서는 프랑스어인지 러시아어인지 뭐 그랬던 듯.....;

알고보니 일본 프로그래머가 만든 거더군요. 어째 당시 치고는 이미지 소스가 훌륭한 퀄이다 했습니다.
저 하늘만 해도 지금 봐도 괜찮지 않습니까? 당시의 윈도우즈 어플리케이션이나 게임은 보통 pcx에 도트였어요. 그런데 저건 bmp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밤하늘, 노을, 새벽, 한낮 이렇게 4 장의 이미지가 실시간에 맞추어서 변하기까지 했어요.
파도소리가 잔잔히 들려오는 사운드 효과까지 해서, 굳이 메일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윈도우즈 액세서리로 훌륭했죠.
당시 밤샘작업이 많았는데 적막한 사무실(?은 아니지만 아무튼 작업실)에 혼자 있을 때면, 그것도 3시경이 넘어가면 정말이지 이유를 알 수 없게 허전-하면서도 적적-하면서도 쓸쓸하면서도.....그런 얄딱시꾸리한 기분이 되는 겁니다. 그럴 때 기분 달래기로 참 좋았어요. 사운드 효과들도 묘하게 생생해서....
그리다 캔슬시키면 종이를 와구와구 구겨서 버린다거나, 병뚜껑을 뽁!하고 딸 때라거나, 띄워보낼 때 첨~벙!하는 소리에, 보물상자 열 때의 끼이이익....! 등등등.

...이게 뭐가 대단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저렇게 공감각적으로 공들여 연출하는 액세서리가 별로 없었습니다. 

아무튼 어디서 어떻게 받고 뭐라고 이해할지 모르는, 세계 어딘가에 있을 미지의 누군가하고 잠시잠깐 이어진다는 그 기분...
지금 이 플래시 버전으로는 느끼기 힘들지만, 그 때와는 또 다른 게,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교감한다'라서 이 또한 묘미네요.
딱 그 때 그 시간대에, 그 비슷한 기분에 젖어 있다가 우연히 발견하고는 정말이지 주체할 수 없는 향수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우어어어어어어 이거 기억하시는 분 또 없으신가요.....ㅠㅠ
노년엔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벌써부터 이런 기분이니 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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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mi Clock 2009/09/30 10:08 #

    Bottle Mail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기계나 프로그램 등에 약한 편이라 컴퓨터에도 꼭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이 아니면 거의 깔아 본 역사가 없다. 호기심으로 잠깐 깔았다가도 윈도 재설치 때는 어김없이 빠지고 마는데, 그 환난에서 유일하게 견뎌냈던 어플이 이 Emi Clock. 매 시간마다 "뮤~!" 하는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고, 시계 속 소녀의 의상을 갈아입히는 재미도 쏠쏠해서 98 때까지 줄곧 썼는데 XP 깔면서 잊어버리고 ...... more

덧글

  • 나르실 2009/09/29 08:17 # 답글

    이 시대에 보틀메일이라니... 어디서 이런걸 찾아내셨습니까.. ^^;
    써봤던 기억은 어렴풋이 나는데 이미지는 생소하네요. 파란색으로 예쁘게 빠진 바다가.. 정말 그 시절에는 보기 드문 좀 감성적인 컨텐츠군요. 아니 그 시절이기에 더욱 느낌이 있는 컨텐츠일지도 모르겠네요. 보틀메일이라는 발상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요. 뭔가 그 시대에 딱 맞는 낭만적인 감각인 것 같기도 하고요. 흐음.

    16비트 컴퓨터가 막 들어왔던 시절 가게에 나가면 쇼윈도우에서 틀어주곤 했던 크리스마스 에니메이션 프로그램 (뭐 상자가 세개정도 있고 하나씩 눌러보면 에니메이션이 나온다던가, 카드 디자인이 나와서 프린트할 수 있게 해준다던가 그런 것) 을 돌려보며 즐거워하던 기억도 연상되고 음.. 그닥 좋은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괜히 향수에 잠기게 되는군요 음;;

    그나저나 야근이라니 힘드셨겠네요;;
    저는 요 몇달 밤 좀 샜더니 삭신이 쑤시는게 예전같지가 않네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_-; 아.. 회사에 라꾸라꾸라도 사다놓을까..
  • ASTE 2009/10/09 20:20 #

    답글이 늦었네요~ 안녕하세요. 추석은 잘 지내셨나요^^
    저는 이미지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 소스 추출해낸답시고 다 뜯어봐서 기억하고 있네요.
    당시의 소프트들은 대부분이 매우 '엔지니어스러운' 것들이어서 유독 인상에 남았었지요.
    웹 에디터도 다들 핫도그를 썼잖아요.
    향수는 야근 때 묘하게 찾아오곤 하더군요.
    별로 좋은 일은 없었던 듯하지만 역시나 그립달까.

    야근은 늘상 하는 거라서^^ 하지만 점점 체력이 후달리네요. 나르실님도 몸조심하시고...라꾸라꾸보다는 간단한 운동기구는 어떠세요 ㅋㅋㅋ
  • 곰돌이푸 2009/09/29 09:49 # 답글

    오호... 추석을 며칠 앞두고 있는 데.... 무지 무지 향수를 자극하네요 ^^ 저야 써 본적은 없지만서리 ~~~ ^^*

    그런데 지금이라도 이런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갑자기... 이런 서비스에 어울리는 비지니스 모델은 뭐가 있을까.. 마구 마구 머리가 헝클어지는 느낌은? 먼 산 ~~~~ ㅋㅋㅋ )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요.
  • ASTE 2009/10/09 20:21 #

    그렇죠. 향수도 자극되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고.....
    비슷한 서비스를 만든다 해도 국내보다는 국외대상이었으면 해요.
    어쩌면 비슷한 게 이미 존재할지도 모르겠고.
    명절은 한참 전에 지났네요. 곰돌이푸님은 즐거운 명절이 되셨는지 ^^
  • Grard 2009/09/30 09:38 # 답글

    전 청년인데 벌써 10년 가까이 추억만 먹고 살고 있지 말입니다...;ㅁ;
  • ASTE 2009/10/09 20:21 #

    당신은 중학생 때 이미 노땅의 정신세계를 갖고 있었잖아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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